Wednesday, 10 August 2011

잊혀진 명작, 키테레츠 대백과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라에몽의 원작자인 후지코F 후지오의 또다른 인기작을 선정할 때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키테레츠 대백과' 입니다. 도라에몽과 달리 70년 대에 발간된 원작만화는 기껏 4권 정도의 분량으로 완결된 '범작'이었지만 1988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판 '키테레츠 대백과' 는 엄청난 인기를 누려 무려 330편이 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습니다. 방영이 종료된 1996년까지 '키테레츠 대백과' 는 한때 일본의 국민만화 정도로 인식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국내에서는 그 명성에 맞지 않게 2010년 5월이라는 뒤늦은 시기에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도라에몽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사실 스토리보다는 인물구성쪽이 더 가깝다고 해야 겠죠.) 기둥이 되는 스토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발명이 취미인 키테레츠(일명)라는 주인공이 발명왕이었던 자신의 옛 선조가 남긴 '키테레츠 대백과' 라는 발명책들을 탐독하며 재미있는 발명품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키테레츠 소년이 개발한 첫 발명품이란 바로 '코로스케' 라는 로봇입니다. 도라에몽처럼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인공지능이 있고 옛 고어체를 쓴다는 점이 이색적이죠.(국내 더빙판에서는 ~했소라는 사극체를 남발...) 말이 '키테레츠 대백과' 이지 실제 이 작품의 마스코트가 되는 캐릭터란 비로 이녀석이죠.
 이 만화가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바로 매회 펼쳐지는 재미있는 소재들입니다. 고작 4권 분량의 단행본을 300편이 넘는 장편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마치 '도라에몽의 도구' 설정배경과 유사하게 각 스텝진들의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매회 새로운 '발명품' 들을 개발하여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얼마든지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스토리를 계속 이어날 수 있는 것이죠.



 아, 그리고 아까 인물관계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도라에몽과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은 국민 찌질이인 도라에몽의 '진구' 와는 차원이 다른 천재소년입니다. 침착하고 모험심이 강하긴 하지만 게으르고 이기적이라는 단점이 좀 있지만 말이죠. 다만 매회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발명품을 만드는 것은 주인공 본인이므로 사실상 도라에몽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즉 스토리상 엄청난 역할을 한다는 의미...)  
 그리고 사진에서파란 모자를 쓴 덩치 큰 아이...마치 도라에몽의 '퉁퉁이' 를 연상케 하는 이 외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우' 로 등장합니다. 퉁퉁이처럼 괴력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무슨 일만 생기면 주인공에게 달려가 발명품을 만들어 달라고 떼쓰는데, 이를 거절하면 이내 응징이나 협박할 정도로 상당히 골치아픈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우연찮게도 국내 방영판 성우와 도라에봉 더빙판 '퉁퉁이' 성우가 서로 같아서인지 더...그나저나 이 캐릭터의 별명은 '돼지 고릴라(부타 고릴라)' 인데, 작품에서는 이름대신 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슈퍼마켓(채소가게)을 한다는 점도 퉁퉁이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돼지고릴라 옆의 입 튀어나온 소년은 바로 '삐죽이(톤가리)' 라는 녀석입니다. 마치 도라에몽의 '비실이' 처럼 부잣집 도련님인데다 돼지 고릴라와 서로 어울려 다니면서 못된 짓을 하고 다닙니다. 뭐, 이 캐릭터 둘 다 도라에몽의 두 콤비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지만 매번 주인공 머리를 골치아프게 하는 녀석들이죠.
 그리고 빨간색 원피스의 소녀는 바로 '초롱이(미요코)' 라는 여자아이며 주인공의 클래스 메이트로 등장합니다. 왠지 모르게 도라에몽의 이슬이와 유사한 위치에...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아마도 이 작품 역시 이들 원작자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듯 한데, 도라에몽처럼 사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나오는 발명품마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기껏해야 할아버지가 남긴 '키테레츠 대백과' 를 보고 그대로 발명품을 따라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만(가끔씩 응용도 하죠...) 처음에는 잘 작동하는 듯 하다가 나중에는 오작동으로 인해 일을 망친다든가, 한편으로 어쩌다 발명품이 완벽하게 잘 완성된 듯 하면 악당이나 혹은 다른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려 최종적으로는 옳지 않은 일에 쓰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이 작품도 역시 '과학문명의 이중성' 을 시사하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주인공의 선조가 무려 '타임머신' 을 개발하여 시간을 떠돈다는 해괴한 설정까지 덧붙여져 있지만(설정상 선조는 막부 말기의 사람으로 되어 있습니다.)아무리 잘 만든 발명품이라도 사람의 탐욕과 이기심이 간섭을 하면 옳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도라에몽의 도구들로 일어난 사건들처럼 인간문명의 위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로 보여질 수 있겠죠.
 요새도 카툰 네트워크를 통해 가끔 즐겨보고는 있는데 오히려 도라에몽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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